촛불정권위에삼성공화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가석방 대상으로확정돼 풀려난다. 법무부 가석방심의위원회는 9일 이부회장을포함해 810명을 가석방 대상자로 의결했다. 미성년자녀를둔수형자 155명, 생계형범죄자 167명도 포함됐다. 박범계법무부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인한경제상황과글로벌경제환경에대한고려차원에서이재용부회장이대상에포함됐다”고설명했다.이부회장은1월18일‘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징역2년6개월을선고받고구속됐다.형기만료는내년7월이다.
이부회장은지난달 말 형기를 60% 채워가석방요건을 갖췄다. 현행법은 3분의1 이상을 채우면가석방대상이다.법무부는그동안형집행률 55∼95%를 대상으로가석방예비심사를 했으나 지난달부터는 50%로완화했다. 사면이아닌가석방을선택함으로써문재인대통령은정치적부담은피했지만여론은냉랭하다.당장우리사회가여전히‘법 위에 삼성’, ‘법 위에 돈’이있음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난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국정농단을심판한 ‘촛불 정부’로서오점이아닐수없다.
이부회장은 국정농단 주체다. 그는 경영권 승계에도움을 받기위해회삿돈 86억원을 횡령해박근혜전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뇌물로건넨혐의로 실형을받았다. 그런데이를 단죄해야 할 문재인정부는 시민정서와 배치되는 결정을 했다. 국정농단 주요 가담자에게특혜를 베푼 것과 다르지않는 자기부정이자 심각한 모순이다. 무엇보다가석방심사대상에오른것자체가 부적절했다. 이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외에도부당합병‧회계부정사건과프로포폴투약혐의로재판중에있다.
예상대로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불법승계의혹’ 등다른혐의로도재판중에있음에도‘이례적인 특혜’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부회장 가석방은재벌총수에대한특혜이며사법정의에대한사망선고다. ‘무전유죄유전무죄’를 다시공고히하는결과”라고 우려했다. ‘말 바꾸기’ 행태도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재벌총수 사면권을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국민 공감대’ 운운하며법무부 장관에게책임을 떠넘겼다”며 거듭 사과를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도“이재용 부회장은지배권승계의혹에대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런상황에서가석방된전례를찾아보기어려운특혜”라고강조했다.경실련은“이재용은 일반 범죄자라면받을수없는엄청난 사법적특혜를이미 받았다. 그럼에도, ‘삼성 재벌총수만을위한가석방 특혜’를 또받았다”고 비판했다.민변역시“중대범죄에대한 재판이진행중인상황에서가석방은선례가없다. 검찰부동의를무시하면서까지허가한것은 특혜이자 사법제도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주장했다.
문재인대통령은 비난 여론에침묵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은엇갈린입장을 내놨다. 박용진·김두관후보는 ‘공정성’을 이유로강하게반발한 반면, 정세균 후보는 법무부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냈다.이재명·이낙연후보는따로입장을내지않았다.
이재용가석방결정은글로벌반도체시장이격변하는상황에서총수부재로 ‘K-반도체’ 위상이흔들리고있다는주장을받아들인 결과다. 재벌총수들 사법처리때마다 제기된 ‘총수 공백 위기론’이 문재인 정부에서도통한 셈이다.앞서삼성전자는2030년까지시스템반도체분야에 17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 한·미정상회담 직후미국에170억 달러규모의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는이러한 조치를 이재용 가석방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이해하고있다.
보수언론이주장하고 정부가 받아들인 ‘총수 공백위기론’은 사실설득력을갖기어렵다.삼성전자는이재용부회장수감중에도연이어깜짝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냈다.결국‘총수공백위기론’은자본권력에는한없이관대한 정치행위에불과하다는점에서문재인정부의한계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중앙대학교 김누리교수는 “한국사회 정치지형을 진보와 보수가 정상적으로정권교체하는것으로보는건착시다.자본에지나치게관대한 보수편향이심각하다”고 했다. 김교수주장대로 보수
화한 정치권이 묵
인한 셈이다.
미국 자본주의가 유지
되는이유는건강한부자들때
문이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마이클 블룸버그, 척 피니는
부를명예롭게행사하고특권을탐하지않
는다. 선한부자로알려진빌게이츠나 워런버핏은 물론이고 투기꾼으로 불리는조지소로스조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행한다. 소로스는 33년 동안80억달러이상을기부했다.또부시정권당시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기도 했다. 철강왕 카네기도“가족을 먹여살리는데필요한 재산이상은 사회공익을위해쓰여야한다”며평생을자선사업에전념했다.
걸핏하면법을 무시하는 한국 부자들과는 결이다르다. 미국인들은 이런부자를 존경한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은 한국 자본주의를 새롭게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부회장은 경영전면에복귀하기보다우리사회를위해어떤일을할것인지성찰하는시간을가질필요가 있다. 성급한 복귀보다어떻게선한영향력을만들어갈지고민하길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