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창조를위한‘무의식’…새로운자아를위한출발­점

- 서울대교수·종교학배철현

수메르왕구데아의잠

구데아는 메소포타미아(오늘날 이라크)의 남부 도시인 라가시(오늘날 알-히바)를 기원전 2144년부터 2124년까지 다스리던 수메르의 왕이다. 그는 다른 고대왕들이 그렇듯이 자연의 운행을 관장하는 신들을 숭배하는 자였다. 라가시는 움마, 우룩과 같은 주변의 다른 수메르 도시국가들과 국경분쟁으로 자주 전쟁을치르면서 전쟁신 ‘닌기르수(Ningirsu)’를라가시의 주신(主神)으로 모셨다. 구데아는 닌기루수신을 위해 웅장하고 아름다운신전을건축하­기로결정한다.

구데아는그 신전을 어떤 모양으로 건축할 것인가? 고대인들은 자신과 자신이속한 공동체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기 위해 특별한 의례를 행한다. 바로 ‘잠’이다.잠은의식상태에서떠올­릴수없는것을선명하게­볼수있는무의식의 상태다. 유일신 종교의 조상 아브라함은 신과 특별한 관계를 맺기위해특별한동물과­새들을 선별하여 반으로 갈라놓은 후, 신과만나기 위해 깊은 잠으로 들어간다. 잠은새로운 창조를 위한 혼돈이자, 자신이 버려야 하는 과거다. 잠을 통해 자신의 삶을위한새로운질서와­미래를준비한다.

구데아는 닌기르수 신전을 건축하기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얻기 위해 신전으로 들어간다. 신전으로 진입한다는 것은, 일상의 공간으로부터 자신을 의도적으로 유리하여, 구별된 장소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구데아는 목욕재계하고 거대한 신전 안의 특별한 공간에 좌정한다.그는 세상의 번잡한 소리를 멀리하고 자신에게만 집중한다. 그는 라가시의 왕으로닌기르수신전을 건축하여, 도시를강화하고 시민들을 하나의 이념으로 묶어다스릴 것이다.

닌기르수신전안에위치­한가장성스러운 장소인 ‘지성소(至聖所)’로 들어가그 가운데 마련된 침대에 반듯이 누워 한참 있었다. 시간이지나면서침묵의­소리가 들리고 칠흑과 같은 어둠이 선명해졌다. 그는일상과거룩함의경­계에서헤매다 특별한 지경으로 들어간다. 구데아는 이 특별한 경험을 새로 지은 신전의주춧돌에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프랑스고고학자들은 1878년 라가시의 닌기르수 신전인 ‘에닌누’ 신전에서 거의 4000년전에 기록된 수메르어 쐐기문자 토판문서들을 발견하였다. 이 토판문서는 현재루브르박물관에소­장 중이다.

이토판문서들은구데아­의그당시기분과 감정, 그리고 자신이 신전에서 잘때꾼 꿈을 자세하게 다음과 같이 자세히 기록한다. “닌기르수 신이 나에게 신전을 재건하라고 구체적인 지령을 내렸다. 꿈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하늘과 같이 거대하고 땅과 같이 광활하다. 그의상반신엔 님두구드 새(괴조)의 날개가있었다. 그의하반신은폭풍이휘­감고있었다. 그의좌우에는웅크린사­자가있었다. 그가나에게신전을지으­라고명령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당시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두 번째 영웅이 등장했다. 그는 팔들을 구부려 내 손에 청금석으로만들어진 석판을 올려주었다. 그는 지어진 신전의 도면을 그렸다. 그는 내 앞에정화된벽돌 나르는나무통과벽돌을­만드는 주형틀을 놓고 ‘운명을 결정할 벽 돌’로 정했다”

첫번째벽돌의크기와모­양을정하는것은왕의 책임이다. 그는꿈을통해자신의운­명을바꿀벽돌의모양을­결정한다.

요가는 인간 삶의 가장 기초가 되는요소들을 인식하고 장악하는 훈련이다.한순간도 거를 수 없는 들숨과 날숨, 즉호흡은 요가훈련의 기반이다. 숨과 더불어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절대적인시간이 있다. 바로 잠이다. 인간은 잠을자면서, 비로소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한다. 잠은 자연적이며 의도적인 자기몰입이다. 주변의 소음이나 움직임을 제거하거나 상관하지 않을 때, 나는 잠이 든다.혹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 안의 무엇인가가나에게잠을­명령한다.

인간 삶의 1/3을 요구하는 잠이란 무엇인가? 잠이나 꿈은 깨어있는 2/3보다 이해하기 힘들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의식은 뇌, 신경, 그리고 오감을 통해작동한다. 요가에는 이 의식을 ‘마나스(manas)’란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한다.마나스는 오감을 통해 주변을 인지한다.그러나인간의오감으로­인지할수없는것들, 예를들어세상이돌아가­는움직임을볼 수 있는 통찰력이나 우주의 운행 을어렴풋이읽을수있는­지혜는어디에서나오는­가?

깊은 잠과 꿈은 인간의 마음을 자신에게 온전히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주변을 감지하던 오감의 스위치는 잠기고, 뇌와 신경의 활동은 수면 상태로 진입한다.의식의마음인 ‘마나스’는 휴식을 취한다.이때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마음속 깊은심연에 저장된 기억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이마음은 깨어있는 동안에서는활동하지않­고의식의경계밖에 있다. 우리는이 의식을 ‘무의식’이라고 부른다. ‘무의식’이란 용어는 ‘의식’이란 용어의반대개념으로 만들어진 수동적이며 제한적인용어다. 오히려 우리 마음속에는 무한하고 광대한 의식이 존재하며, 깨어있는 동안인간이의식하는부­분은그 일부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의해석’이란 책에서인간의마음구조­를다음과같이네부분으­로설명하였다.

첫번째는 ‘의식’으로 우리가알고있는정신활­동의 일부분이다. 두 번째는 ‘잠재의식’으로 우리가 기억을통해알 수도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시절을기억하여 더듬다보면, 떠오르는얼굴이나사건­이 있다. 이것은 ‘잠재의식’ 속에존재한다. 세번째는 ‘무의식’이다. 우리가그런것을 알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야구장에서 갑자기 날아 오는 공을 피하려고 무의식적으로 몸을움직이는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다. 그리고 네 번째는 ‘이드(id)’라고 불리는 무의식으로 생명을 지향하고 죽음을회피하려는본능­적인마음이다.프로이트는 문명은 인간의 무의식 속의 가장 깊은곳인 ‘이드’ 안에존재하는인간의본­성을제어하는장치라고­설명한다.

‘요가수트라’ I.38

파탄잘리는 인간의 무의식을 장악하는 잠과 꿈을 요가수련의 중요한 단계로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스바르파-니드라 즈나나-아람바남 바(svapna-nidrā jñāna-ālambanam vā)” 이문장을번역하면 이렇다. “혹은 (요가 수련자는 삼매경을) 깊은잠에서꾸는꿈으로­부터나온지식을통해진­입할수 있다.” 파탄잘리는요가수련 방해로부터 벗어나 자신에게온전히몰입하­는삼매경을 ‘깊은 잠과 꿈’에서얻는통찰로가능하­다고말한다.

‘깊은 잠’이라고 번역된 단어 ‘니드라(nidrā)’는 단순한 잠(드라)이 아니라, 마음이 온전히 평화롭고, 고요한 상태에서만진입가능한 ‘깊은(니)’ 잠이다. 깊은잠을 통해 의식이 깨어있는 동안 온전히 활동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깊은 잠은 우리에게 ‘렘’을 선물한다. 렘은 (수면 중의) 급속 안구 운동을 의미하는 Rapid Eye Movement라는 영어표현의첫글자를떼­어만든 용어다. 렘수면상태는몸은자고­있으나 뇌는 깨어있는 상태로 눈의 움직임을통해가시적으­로확인가능하다.

파탄잘리는 깊은 잠은 삼매경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의식이 만들어낸허상을 온전히 버리고 자신을 백지상태로 진입시키는 잠은, 새로운 자신을위한주요한 출발점이다. 어린아이가 온전히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을안고있는엄마를­완전히신뢰하기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정신세계를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린다. 만일 내가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면, 나는 정상적이며 생산적인삶을영위하지­못한다는증거다.

깊은 잠과 그 안에서 보고 느끼는 꿈(스바프나)는 내가 깨어있을 때 의식하지 못하는 나의 원대한 꿈에 대한 지혜가될수 있다.

파탄잘리는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하루의 1/3을 차지하는 잠을 위해 몸과마음을 정리하였습니까? 당신은 당신의심연에 숨어 있는 당신만의 원대한 꿈을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습니까?” 나는 깊은 잠을 잘수 있는가? 깊은 잠을 통해 얻는 통찰력으로 하루를계획하고살아가­는가?

 ??  ?? ‘닌기루스 신전건축원통형 비문’ (기원전 2135년, 테라코타, 프랑스파리루브르박물­관 소장), 오른쪽사진은 ‘구데아’ (기원전 2090년, 섬록암, 44 x 21.5 x 29.5 cm, 프랑스파리루브르박물­관 소장).
‘닌기루스 신전건축원통형 비문’ (기원전 2135년, 테라코타, 프랑스파리루브르박물­관 소장), 오른쪽사진은 ‘구데아’ (기원전 2090년, 섬록암, 44 x 21.5 x 29.5 cm, 프랑스파리루브르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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